진리는 숨어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찾으려 한다. 존재는 숨어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찾고 있다. [나]는 숨어 있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을 오랫동안 찾아 헤매었다. 분별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구함이 우리를 무력하게 하는가? 생각이 우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가? 거짓으로 가득한 세상, 진실로 가득한 세상, 우리는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하지만 적어도 오늘 따뜻한 오후, 늦은 가을 안개 걷힌 붉은 산 아래 이렇게 서서, 조용히 사유(思惟)하고 있음에 우리는 지금 자유로운 자라는 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자유는 존재하기 위한 간절한 몸짓이다.
통합사유철학 첫 번째 축, 삶 속 ‘존재’에 관한 구체적 고찰
인식이 투명성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 이외의 어떤 인식에 의해서도 자신의 인식이 변화되지 않는 고요한 인식 상태가 필요하다. 투명한 인식은 타인의 인식 상태가 자신에게 전이되는 과정에서 타인의 인식에 대한 거부 및 변형이 필요 없어서 사람들과의 생각 교류 중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생각의 굴절 현상이 사라진다. 인간의 인식이 투명해지는 과정은 자신의 인식 공간에 수용되는 타인의 인식을 거부하는 [배척 단계]로부터 이 인식을 자신의 인식에 맞추어 변화, 수용시키는 [수용 단계] 그리고 인간 일반의 인식을 통합, 성찰할 수 있는 [통합 단계]를 거친다. 이렇게 잃어버린 나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투명한 인식은 존재하기 위한 즐거운 시도이다.
[존재 [나]를 행하다]
나의 인식이 투명해지는 증거는 타자(他者)의 생각이 나와 다른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의 일부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타자(他者)를 존중하게 된다. 타자(他者)와 대립할 때 느끼는 나는 말 그대로 타자와의 대립체일 뿐이다. 그것을 [나]라고 생각함으로써 좀 더 [나]로부터 멀어진다. 타자를 수용하기 시작하면 인식은 급격히 증가한다. 그런데 그 속에서 [나]를 잃지 않기란 쉽지 않다. 너무 많은 독서도 좋지 않다.
[모방을 벗다]
아쉬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의 [나]에 대하여 미련을 버리는 것이 좋다. 마음 쓸 것은 없다. 그래도 [나]는 그대로이다. 보통 자신이 명석하다고 생각할수록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존재 [나]를 찾는데 머릿속에 있는 타자(他者)의 지식이 장애물이 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우리 오래된 친구, 이성(理性)은 사람을 보편적 진리로 인도하는 것 같지만 실은 누구도 생각하고 있지 않은 어리석은 허구 속으로 우리를 몰아간다. 이성과 감성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의 특성은 감성적이다. 존재 [나]는 변화와 우연을 그 특성으로 하기 때문이다.
[질서를 무너뜨리다]
시간은 존재 [나]를 생성시키는가, 무너뜨리는가? 시간과 [나]는 좌표축이 다르다. 그는 나를 생성시키지도 무너뜨리지도 않는다. 시간과 존재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갈 뿐이다. [나]는 존재하는 ‘나’, 의지하는 ‘나’, 인식하는 ‘나’로 구분된다. 이때 시간은 각각 다르게 작용한다. 부분적 ‘나’는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밖에 없다. 시간이 ‘나’를 파괴해도 변화 없이 남는 것, 그것이 존재 [나]이다. 그렇지 않으면 완전성이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는 육체와는 관계없다.
[생각을 멈추다]
꿈속에서 산해진미(山海珍味)를 먹어도 배부르지 않다. 도서관 가득한 지식도 그렇다. 잃었던 길을 찾기 위해서는 길을 멈추어야 한다. 천천히 보면 낯선 길 속에서 어느 쪽이 남쪽인지 보인다. 때에 따라서는 밤을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생각과 인류의 철학을 하나의 공간에 통합하는 『통합사유철학』을 제안, 개척하고 있으며 저술로는 존재 [나]에 대하여 · 즐거운 여름밤 서늘한 바람이 알려주는 것들 · 감성 노트 · 통합사유철학강의 · 실존을 넘어서Ⅰ · 실존을 넘어서Ⅱ · 오래된 거짓말 · 냉철한 그리고 분노하는 · 진리의서Ⅰ · 진리의서Ⅱ 등이 있다.